2022. 11. 3. 21:50ㆍ독서와 적용점
0. 서론 - 인생에도 (나만 모르는) 공략집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게임을 정말 잘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친구들과 새로운 게임을 하고 나면, 나는 집에 가서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공략집을 몰래 읽었다. 친구들은 수백 판 게임만 하지만, 나는 게임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공략집을 읽는 데 몰두했다. 1~2주 정도 몰래 공부한 뒤에 게임을 해보면 비교가 안 된다.
- 자청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인생, 돈, 행복에도 공략집이 존재한다. 혼자서 무식하게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서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이 시대에는 더 이상 매뉴얼 없이 혼자서 모든 걸 겪어가면서 배워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자청은 이러한 서론으로 역행자의 7단계를 소개하고, 이 7단계가 본인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겪은 동일한 방식이라고 한다.
1. 역행자 1단계. 자의식 해체하기
우리의 뇌는 우리의 몸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급한 문제에는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바로 반응하고(원시 시대에 맹수가 달려들 때 심사숙고에 들어갔던 조상들의 유전자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는 대충대충 둘러대면서 뇌는 가급적 적은 에너지로 많은 일을 처리한다(그래도 몸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쓴다).
- 역행자 Chapter 2 중
자의식이란 현실과 그 안에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도록 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때론 이런 자의식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에는 자의식을 통해서 사람의 뇌는 정신건강을 챙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습관이 되어 우리의 삶에 발전이 없어진다. 쉽게 말해 내가 성공할 수 없었던 핑계들을 늘어놓기 시작하고 왜 나는 앞으로도 발전할 수 없는지 만 가지 이유를 나열하여 성공하지 못한 나의 삶을 정당화하고 보호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면하는 건 생각보다 마음을 편하게 한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미룰 때는 마음 한켠에 여전히 불편함과 걱정과 결국 해야 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하지만, 막상 그 일을 꺼내놓고 얼마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끝낼 수 있을지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고 나면, 그 뒤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없고 계획과 실천만 하면 된다.
현실을 직면하는 것도 비슷하다. 취업이 빠르게 안되거나 연애를 빈번히 실패하다 보면 내 생각보다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내가 만났던 회사나 이성이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결국 쌍방의 과실로 관계는 틀어지게 되니깐.
이런 현실을 피하려고 술을 마시고 여행도 가서 애써 잊으려고 했던 사람들은 공감하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서 문제를 직면해야 된다. 그래서 몇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어차피 돌아와서 처리할 거 문제나 직면하고 놀고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내가 뭘 잘못했을지 직면하고 고민해보는 게 마음은 더 편하다. 그러니 남을 탓하거나 질투하기 보다는 얼른 나 스스로를 돌아보자. 지금 나의 모습이 형편없어도 괜찮다. 아직 젊기도 하고 젊지 않더라도 여태까지는 이런 인생의 매뉴얼을 몰라서 스스로 속이는 줄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매뉴얼을 알았고, 자의식은 나를 보호하는 과도한 안전장치라는 걸 인지했다면 이제는 직면하고 해결해야 나의 40대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자의식을 해체해야겠다'까지 설득이 되었다면 이제 어떻게 할지만 남았다. 자청은 자의식 해체를 위한 3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1단계 : 탐색.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에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주로 저녁에 퇴근하고 혼자 방에 있을 때 이런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러면서 하루를 돌아보며 불쾌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본다.
- 예를 들어 오늘은 같이 일하는 후배가 너무 잘 나가는 모습을 보니 순간 속이 상했다. 직접적으로 업무를 같이 하지도 않고 그의 성공이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내가 이게 불편했구나?'를 인지한 시점은 그 당시가 아니라 집에서 혼자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때였다. 그래서 탐색의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매일 최소 한번, 가능하다면 일어나서 아침에, 자기 전에 저녁에 2번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 2단계 : 인정. 탐색한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계이다.
- 위의 예시로 이어가 보자면 내가 질투하고 있었구나. 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대부분은 내 성과보다 덜해서 신경이 안쓰였던 거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니깐 신경이 쓰이는구나. 물론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달라서 나와 그 후배는 서로 완전히 다른 장점을 갖고 있지만, 막상 내가 없는 장점을 그 후배가 갖고 있고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매번 좋은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니 질투까지 이어진 것 같다.
- 3단계 : 전환. 인정을 통해 열등감을 해소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변화할지 액션 플랜을 짠다.
- 내가 후배를 보며 질투하고 부러웠던 부분은 그의 매사에 적극적인 태도이다. 나는 사람들 눈치도 살피고 일을 챙길 땐 챙기고 남들에게 양보할 땐 양보하는데, 그 후배는 '이 연차엔 이정도면 충분해' 같은 생각 없이 늘 최선을 다해서, 직급이 없었다면 훨씬 더 높은 직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신임을 얻어가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 같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될까? 사실 회사 업무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임을 얻기를 포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회사는 다음 단계를 위한 발판으로 남겨둔 상태라 의식적으로 인정받기를 포기하고, 주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뭔가 힘을 반만 주고 있는 상태가 나도 어색하다. 하지만 더 이상 회사만을 위해서 일하는 삶은 끊기로 결정한 만큼 회사의 신임에 대해서는 포기한다.
- 앞으로는 프로그래밍 강의, 문제 풀이, 상담에 전념하고, 한 개인사업자로써 사업을 진행할 때는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줄이고 우선 해보기로 액션 플랜을 짠다. 평생 대기업만 다녀본 샌님도 이제는 사업의 세계에서 싸울 때가 됐다. 탁월한 후배 덕분에 적극적인 태도를 하나 얻었다.
이렇게 자의식을 해체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쉽진 않다. 역행자의 7단계가 전부 그랬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간단하지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내일은 2단계인 정체성 만들기에 대해서 정리하고 개인적으로 적용한 것을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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